지난해 9월, 한국교통대학교(아래 교통대)는 증평캠퍼스에 있는 유아특수교육학과(아래 유특과)를 폐과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국립대
중에서 유일하게 유특과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통대의 이 같은 결정에 유특과 학생들 뿐 아니라 장애계도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유특과를 유지하기 위해 충북대와 증평캠퍼스 일부 학과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교통대의 대응은 강경했다. 대학 당국의
통폐합 시도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유특과의 단 한명 있던 교수를 새학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3일 직위해제하고, 다음날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해임한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대학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교통대는 대내외적으로 시끄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 바람을 맨 앞에서 거세게
맞고 있는 유특과 학생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유특과 재학생 유 모 씨(아래 유)와 김 모 씨(아래 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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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6일, 교통대의 유특과 폐과 결정에 반발하며 총장실을 방문한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에는
교통대 유특과 학생, 지역 장애인 부모 등으로 구성되었다. ⓒ 충북장애인부모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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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대학 구조조정'...교통대가 선택한 '가장 손쉬운 결정'
교통대는 대학 평가에서
D등급 받을 위기에 처하자 자체적으로 구조개혁안을 만들었다. 이 구조개혁안은 52개 학과를 29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은
‘U-29'계획안이다. 결과적으로 교통대는 대학평가에서 C등급을 받게 되었다. 등급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해 학교에서 가장 작은 과인 유특과를
희생양 삼았다. 즉, 대부분 유사 학과들과 통합되는 다른 과들과 달리, 유특과는 바로 폐과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통대는 의왕, 충주, 증평에 각각 한 개씩 총 세 개 캠퍼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증평은 가장 작은 캠퍼스로, 주로
교수들의 투표를 통해 학교의 많은 문제들이 결정되는 경향이 높은 교통대의 특성상 불리한 점이 많았다. 의왕캠퍼스는 철도 관련 과들이 대부분이라
교통대라는 정체성에 가장 부합한다는 특성이 있고, 충주캠퍼스는 규모가 가장 커서 소속 교수들이 많다 보니 교수회에서의 영향력도 가장 크다.
교통대가 볼 때 대학 정체성에 맞지 않고 규모도 작은 증평캠퍼스, 그 안에서 가장 작은 학과인 유특과는 학교가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 순위
대상이 되었다.
유 - “교통대에서 구조개혁안을 7차까지 내놨는데, 유특과는 1차 안부터
언급조차 되지 않았었어요. 사실상 폐과를 염두에 둔 개혁안인 것이죠. 그리고 9월에 폐과 통보를 받으면서 과 차원에서 시위도 하고 기자회견도
했어요. 하지만 과 자체가 작으니까 학교는 크게 보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이 과가 작은 이유는 교육부에서 입학 정원을 적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유아 특수교사에 대한 수요가 지금도 많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가 유아기에 양질의 교육을 받는 것은 모든 부모의 관심사이다. 이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마찬가지.
실제로 충북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교통대의 유특과 폐과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학교 측과 직접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립대, 그것도
충북권에서 유일한 유특과가 폐지되는 것은 학생들뿐 아니라 장애인 부모들에게도 민감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김 - “교통대 유특과 폐지 사실이 알려지자 부모연대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자녀들 문제가 걸린 일이니까요. 학생들보다 더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학교 측에 의견전달을 해 주셨습니다. 대학 처장단 면담에서
부모연대는 ‘학교의 재정적, 구조적 어려움으로 과를 유지할 수 없다면, 같은 국립대이자 상대적으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종합대학인 인근 충북대에
과를 넘겨서라도 유지하게 해 달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충북대 통합설’이 나온 것이죠.”
교통대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총장이 직접 충북대 총장에게 유특과 이전 여부를 물은 것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현재 유특과 정원인 15명 중 9명은 충북대, 6명은 교통대 정원으로 하는 것이었다. 교통대 측은 유특과 존립에는 관심이 없고 유특과 정원
일부를 자유전공학부 정원과 합해 교통 관련 학과를 만들고자 하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충북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9명으로는 학과
하나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충북대 통합 논의는 무효로 돌아갔다.
유특과의 충북대 통합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이는 증평캠퍼스 내 다른 소규모 학과들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증평캠퍼스 자체가
대대적인 구조개혁의 대상이 됨에 따라, 정원이 30명 이하인 물리치료학과, 응급구조학과 등 8개 학과는 유특과 폐과 사태를 보며 구조개혁안에
따라 정원이 감축되다 보면 언제 폐과가 결정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8개 학과는 ‘과가 없어지느니 충북대에 통합되어 존속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학과 교수들은 충북대 교수회와 통합 문제에 관한 논의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교통대는 교수들의 이러한 행동이
‘학교에 해를 미치는 행위’라면서 유특과의 한 명 뿐인 교수를 포함한 4명의 교수를 직위 해제하고 24일에는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해임했다.
폐과를 포함한 학교 구조개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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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부터 2월 25일까지 소규모 학과 8개 소속 학생들은 교통대 본부 총장실을 점거하고
증평캠퍼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교통대 구조개혁안에 반대하는 농성을 이어갔다. ⓒ 교통대 유아특수교육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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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실 점거 과정에서 학교 측 관계자들과의 충돌로 다친 학생들. ⓒ 교통대 유아특수교육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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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중시해야 할 국립대가 규모 작다고, 장애 관련 학문이라고 무시하다니요"
학생들은
유아특수교육이 사회에 꼭 필요한,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과에 대한 애정과 졸업 후
할 일에 대한 열정을 품고 공부했다. 하지만 학교는 위기를 면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선택을 했고, 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남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유치원 과정이 의무교육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가에서도
장애인 영유아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유특과가 '작기 때문에' 없앤다는 사실을 학생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공공성을 우선으로 해야 할 국립대에서 단지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된 분야를 포기해서야 되겠냐는
입장이다.
유 - “저희 과는 2012년에 생겼어요. 작년에 학교에서 폐과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졸업생도 채 배출하지 못한 상태였죠. 대학에서 학과를 통·폐합할 때에는 적어도 취업률 같은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저희 과는 그런 데이터를 산출할 수조차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폐과 통보를 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 올해 첫 졸업생이 나왔는데요, 10명이 지원한
임용고시에서 총 3명이 최종합격을 했어요.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거든요. 임용고시 포함해서 저희 졸업생 취업률이 거의 100%에 가까웠어요.
그런데도 학교는 유특과를 폐과하겠다는 결정을 고수하고 있어요. 심지어 교육부에서 ‘17학년도 교원양성과정 정기 승인 절차’ 때 학교가 유특과
폐지 신청을 안 했고 추가신청도 안 되기 때문에 저희 과가 2017년 폐과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학교는 끈질기게 (폐과) 신청안 올려서
2017년이든 2018년에든 폐과를 하고 말겠대요.”
김 - “폐과 통보도 저희가 한창 충주캠퍼스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하고 있을 때, 교수님께 학교 측에서 전화로 전달한 거였어요. 우리가 왜 폐과 대상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딱 하나, ‘너희 과는
작으니까’였습니다. 사립대도 아니고 국립대에서 작다는 이유만으로 폐과를 한다니까 저희 과 학생들이나 교수님뿐 아니라 다른 사립대 유특과 학생들과
교수님들도 다들 심각하게 받아들이셨어요.”
학생들은 유아특수교육과가 생길 때부터 무척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유특과가 별다른 고민 없이 ‘폐기 대상’이 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김 - “교통대 소속 교수님 한 분이 유특과 개설 논의 당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그거 ‘다리 질질 끄는 애들’ 가르치는 것 아니냐, 그런 애들이 이거 배운다고 우리 학교 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계신 교수님이 많으니, 우리 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거죠."
유 - “또 하나 너무 속상한 건, 충북대 통합 문제가 불거지니까, ‘너희
학벌 세탁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에요. 교통대보다 충북대가 더 크고 인지도도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충북대
붙었는데도 저희 과에 왔어요.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고 현장을 볼수록, 더더욱 유특과에 애정이 생겼어요.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고, 더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해요. 사실 저희는 졸업이 확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지 않아도 제 개인에게는 별 문제가 안 돼요. 제가
이렇게 투쟁하는 이유는, 과가 계속 유지되고 발전돼서 더 많은 후배가 들어오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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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특과 1회 졸업생 중 3명이 임용고시에 최종합격했다. 폐과가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위기 가운데서, 이
소식은 재학생들에게 너무도 자랑스럽고 기쁜 소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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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전 학년 60여 명에 불과한 작은 과 하나에 대한 폐과 결정이지만, 대학 구조조정의 거대한 파도에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에 학생들은 휘말려 있다. 엄연히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지만, 이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섰다는 이유만으로 고소를 당할까 불안에
떨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들은 이제 담당 교수도 없이 자신들이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자리에 단단한 뿌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혼란과 고민 가운데에서도
단단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 이유를 물었을 때, 그들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왜냐면 이건 저희끼리만의 싸움이 아니거든요. 유특과는 작지만 저희 뒤에는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있음을 믿어요. 그래서 저희는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거예요.”
이 뉴스클리핑은 http://beminor.com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